안녕하세요. 김선휴 변호사입니다. 최근 저는 한국을 찾은 해외입양인 두 분을 만나 이들이 입양기관, 아동권리보장원, 경찰서를 방문하는 데 동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알게 된 점이나 느낀 점을 HRBB 뉴스레터를 통해 나누고자 합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위 기관들을 방문할 때 반드시 변호사가 동행해야 하거나, 변호사의 조력 여부에 따라 방문의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진 법률전문가로서, 기관의 담당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물어보고 답변을 요구하고 함께 간 해외입양인에게 설명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입양인들이 실제 자신의 친생부모와 입양에 관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법률 규정을 통해서는 다 알 수 없는 현장의 실무관행은 어떤지, 어떤 한계에 부딪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해외입양인의 정보공개소송을 대리하고 또 관련 법률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변호사로서 저도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의 장벽을 보다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 경험은 제게도 큰 의미가 있었고, 제가 만난 두 분의 입양인에게 혹시 이 뉴스레터를 보신다면 제게 당신들과 함께 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1) 한국 방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해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 또 단순히 여행이 아니라 여러 기관들을 방문하기 위해서 입양인들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고, 방문을 준비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한국에 머무를 수 있는 짧은 기간 체계적으로 원하는 것들을 알아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을 방문해서 자신의 origin을 찾기 위해 어느 곳을 방문하고 누구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은 가능하지 않은지와 같은 정보들이 투명하게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외입양인의 입장에서 이들의 뿌리찾기를 도울 수 있는 한국 내 공적인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이고 피상적이며, 얼마 되지 않는 비정부기구의 역량도 해외입양인의 수요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이는 과거 해외입양에 대한 공적인 관리감독을 방치하고 사적기관의 영리적 목적에 의한 해외입양을 독려하고 조장한 국가가 공적으로 지원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에 직접 방문하는 큰 비용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서도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한국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고 부모나 가족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 장기적 과제를 앞에 두고 당장 현재 부족한 법률과 제도 하에서 입양인의 권리를 함께 주장하고 대변할 수 있는 비정부 영역의 조력과 활동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저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2) 입양기관 방문과 기록 열람
한국을 방문하는 입양인 다수는 자신의 입양을 중개한 입양기관을 방문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입양기록은 여전히 국가의 공적 관리 하에 있지 않고 모두 입양기관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입양기관의 입양인들에 대한 지극히 방어적인 태도는 아마 해외입양인들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제가 해외입양인과 함께 입양기록 열람을 위해 방문했을 때 그들은 처음에 제3자인 변호사는 입양기록을 볼 수 없다며 문밖에서 기다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담당 직원들과 제가 약간의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함께 기록을 열람할 수 있었지만, 사회복지사는 입양기록 파일을 자신의 손에서 놓지 않으려 했고, 해외입양인이나 변호사인 제가 기록 파일을 직접 손으로 넘기며 읽어보는 것조차 내키지 않아 하였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변호사가 동행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열람이 가능한 기록의 범위나 열람의 밀도가 달라진다고 여겨졌습니다.
입양기관을 방문해서 기록을 열람했을 때, 입양기관이 보통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이메일로 보내주는 제한된 서류보다는 조금 더 많은 종류의 입양관련서류들을 볼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입양인들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부분인 친부모에 대한 정보는 입양기관을 방문해서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친생부모가 자신의 정보를 입양인에게 공개해도 좋다는 명시적인 동의 의사를 밝힌 경우가 아니면 친생부모의 정보를 입양인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입양특례법 조항 때문입니다. 입양기관을 직접 방문해도 넘어설 수 없는 것이 이 법률의 제약입니다.
이렇게 친생부모 인적사항을 비공개하는 것과 관련하여 올해 3월 저와 몇몇 변호사들이 함께 소송을 처음 시작하였고, 그 입양특례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구해달라는 서면을 최근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국회가 법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헌법소송을 통한 제도의 변화를 도모하는 중입니다.
또 현재 법에서 공개를 금지하는 친생부모의 인적사항 외에는 전체 입양기록을 가능한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양기관은 입양기록이 입양인에 대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친생부모의 프라이버시, 입양부모의 프라이버시를 내세우며 기록 열람에 방어적인데, 기록 원본에 대한 열람 범위를 넓히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내년부터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이 입양기관으로부터 입양기록을 이관받아 정보공개청구절차를 전담할 예정이지만, 입양기관이 기록을 넘기는 것에 방어적, 소극적이라 아직 그 절차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입양기록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적인 관리가 점점 강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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