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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휴 변호사, 입양인 출생조회 절차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다 2부




3) 친생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답변의 의미 


입양기관이나 아동권리보장원으로부터 친생부모를 찾는 데 실패했다는 답변을 듣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제가 만났던 두 분의 경우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친생부모를 찾을 수 없는 이유나 의미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제공받지는 못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통계에 의할 때, 친생부모가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성공하는 비율은 50%가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23년 전체 정보공개 청구건수인 2,717건 중 친생부모의 현 주소지 파악에 성공한 사례는 1,208건입니다. 


소재지 파악에 실패하는 이유는 대체로 입양기록에 남아있는 친생부모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입양기관이나 아동권리보장원은 친생부모가 누구인지 특정하고 그 소재지를 찾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어떤 수단을 활용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찾을 수 없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외입양인들은 ‘정보가 부족해 찾을 수 없다’라는 정도의 결과만을 듣고, 그럼 이제 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는 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려워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입양기록에 친생부모의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불충분하게 기록되어 있는 경우는 분명 많이 존재할 것입니다. 1950년대-1980년대 입양기관의 입양실무 처리 관행에는 정말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작과 불법이 횡행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는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입양기록에 남아있는 제한된 정보를 통해서라도 친생부모를 찾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정부는 친생부모를 찾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고 보입니다. 법령에서 국가가 어떤 수단과 절차로 친생부모의 소재지를 찾아야 하는지 제대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것이 소극적인 실무관행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양기록에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나 과거의 상세주소가 남아있지 않으면 행정전산망을 조회하지도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협조요청을 보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즉 사실상 남아있는 정보로 친생부모를 찾기 위한 어떤 적극적인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회신만 하는 사례도 상당히 많은 것입니다.


우선 입양기관이나 아동권리보장원에 왜 나의 친생부모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은 것인지, 입양기록에는 어떤 수준의 정보가 남아있고, 그 정보를 토대로 아동권리보장원은 친생부모의 소재지를 찾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하였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도 결국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지금처럼 소극적인 조치만 취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입양인의 부모를 찾기 위해 합리적인 모든 노력을 다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경찰은 입양기록에 남아있는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도 찾고자 한다면 친생부모나 그 형제자매를 찾을 수 있는 전산시스템과 정보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찰이 해외입양인의 친생부모를 찾기 위해 어느 정도로 정보를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 이상 경찰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가족을 찾아주는 일은 매우 드문 일입니다. 가끔 어딘가 가족을 찾지 못하는 해외입양인의 사정을 마음 아파한 경찰관이 자발적으로 가족을 찾아내고 직접 찾아가 해외입양인을 만나겠냐고 물어보는 등의 노력을 자처하여 가족 상봉을 했다는 미담이 홍보될 뿐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한 권리는 누군가의 우연한 선의에 기대지 않고 시스템적으로 보장되어야 합니다. 


4) 실종자 가족을 찾기 위한 DNA 검사에 대해  

 

친생부모의 소재지가 확인되지 않았을 때 마지막으로 택할 수 있는 수단은 실종자 가족을 찾기 위한 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DNA를 등록하는 것입니다. 원래 입양기록에 부모에 대한 정보가 일부라도 남아있으면 ‘무연고 아동’이 아니라는 이유로 DNA 채취 및 데이터베이스 대조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올해 8월부터는 정보가 부족해 친부모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도 DNA 검사를 할 수 있는 쪽으로 실무 관행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입양기관의 입양사실확인서나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정보 부족으로 친부모를 찾을 수 없다는 결과통보서를 받아 경찰에 제출하면 검사가 가능합니다. 또 올해부터는 법령 개정으로 친생부모 뿐 아니라 형제자매를 찾기 위해서도 DNA 등록을 할 수 있게 되어 혹시라도 친생부모님이 돌아가셨더라도 형제자매와 DNA 매칭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실종아동 데이터베이스 매칭은 기본적으로 친생부모나 그 형제자매가 자신의 자녀를 잃어버렸거나 혹은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인을 찾는 데 실패하여 입양인을 찾기 위해 자신의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놓은 경우에만 유효한 수단입니다. 부모나 형제자매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입양인을 찾고자 하고 이 데이터베이스를 알고 등록해놓았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칭 확률이 아주 높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혹시 나중에라도 부모님이나 형제자매가 자신을 찾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등록을 진행하게 된다고 보입니다.


5) 변화를 기대하며 


제가 한국을 방문한 해외입양인과 직접 동행한 것은 두 번이고, 저는 현재 입양인의 정보공개소송 하나를 대리하고 있을 뿐이지만, 그 정도의 경험을 통해서도 제가 깨달은 것은 명확합니다. 


제도의 개선이 너무나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입양인의 알 권리를 차단하고 있는 법령은 바뀌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은 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담당자들이 법을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은 해석과 실무 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 몇몇 담당자의 선의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해 당연한 권리로서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잘못된 행위가 있다면, 어떻게 밝혀내고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대한민국에게 숙제로 부여되어 있다고 느낍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드리는 이 글은 한국을 방문하려거나 한국의 입양기관과 정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하려는 입양인 분들에게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한국의 현실을 전달하는 것이기에 조금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령국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목소리가 한국에도 분명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 한국에서도 한 두 가지의 작은 소송들이 시작되고 있고, 해외 입양 문제를 다루는 보도나 책의 출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우 적은 숫자일지언정 해외입양인의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법적 해결을 추구하려는 일부 법률전문가들도 있습니다. 그것이 여러분들에게 조금의 긍정적인 소식이기를 바랍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기다리셨을 분들에게, 대한민국이 너무 늦지 않게 자신의 과오를 갚기 위한 변화를 실천해가기를 바라는 바람을 담아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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